What a City Lives on (Yoo Hyun Joon)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항상 이상하게 생각했다. 도시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우리는 보통 삭막한 빌딩들이 나열되고 사람들이 바쁘게 다니는 답답함을 느낀다. 반면 건축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는 예술성과 아픔다운 구조, 장식 등을 떠올린다. 도시는 건축물들의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이 두 단어는 너무나도 상반된 분위기를 지닌다. 이런 궁금증을 세세하고도 인문학적으로 해소해 준것이 유현준 작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였다.

이 책은 좋은 도시, 건축, 거리가 무엇인지 때로는 철학적으로, 때로는 과학적으로, 때로는 역사적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 첫 장에서는 '좋은 거리'가 무엇인지 정의하였는데, 두가지 기준으로 판가름낸다: 이벤트 밀도와 공간의 속도. 거리를 걸을 때 우리는 보통 멍하게 걷지 않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눈앞에 비치는 풍경을 바꾸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거리에 가게가 많이 들어가면 우리는 짧은 시간내에 시선을 전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골목길, 가게가 많을 때마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골목이나 가게로 들어갈지의 선택은 두가지 경우의 수를 내포하며, 이는 새로운 골목이나 가게를 접할 수록 지수적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이벤트 밀도가 높은 것은 자신의 경로에 주체적이고 선택을 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한편 공간의 속도는 말 그대로 그 거리의 속도감을 뜻한다. 각 물체(자동차, 인간)의 속도를 모두 더해 총 면적으로 나눈 것인데, 이 수치가 너무 높다는 것은 주변이 어지럽도록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사람은 시속 4km의 속도감을 가장 편하게 느낀다고 한다. 나중에서는 공간과 권력의 연관성을 설명하기도 하였다. 자신이 노출 될수록 권력은 낮아지고, 자신은 자유롭게 남들을 바라볼 수 있을 때 권력이 높아진다.

이런 분석 뿐 아니라 작가가 건축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고, 철학적으로 고심하였는지도 그대로 드러난 책이었다. 우리는 흔히 건축 현장을 먼지나는 곳에서 벽돌을 쌓고 창문을 박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건축가는, 작가에 따르면, "사람의 행위를 디자인"한다.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에 무대 디자인을 할 수 없는 것처럼, 건축은 시나리오, 즉 인간의 생활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데 가치가 있다. 그렇기에 좋은 건축물은 소주가 아니라 포도주와 같다 한다. 소주는 생산하는 사람이나 지역의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반영되지 않고, 인간과 격리된 가치를 가지는 술이다. 찍어만드는 특색없는 아파트와 같다. 반면 포도주는 좋은 건축물과 유사하다. 같은 포도라도 땅의 토양, 그 해의 기후, 포도를 담그는 사람에 의해 너무나도 넓은 다양성을 가진다. 그렇기에 한병의 포도주, 하나의 건축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것이다.

굉장히 흥미로웠던 책. 하지만 4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으니 아직은 책의 방대한 통찰을 내가 완벽히 흡수하지 못한 것을 느낀다. 나중에 다시 읽어 완벽히 이해하고 싶다. (제 14장은 특히 여러번 읽기)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나라의 기술, 경제, 사회가 만들어 낸 선이다. 그 선은 하늘과 인간이 줄다리기를 한 결과물이다. 도시가 만들어기 전에는 스카이라인 대신 지평선이 있었다... 과거 인간은 자연과 자연이 만든 지평선을 보면서 아침을 맞이하였으나, 현대 시대에는 아침에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면 인간이 만든 건축믈들과 자연인 하늘이 만나는 것을 본다... 신은 지평선을 만들과 인간은 스카이라인을 만든 것이다."

"이렇듯 기계는 스스로 성장, 발전하지 않고 디자인된 초기 상태에서 노후가 되는 닫힌 시스템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시스템은 모든 구성 요소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며, 생명체의 안팎으로 끊임없이 물질들이 들어오고 나가게 되는 열린 시스템이다... 생명체에 이러한 성장, 발전, 진화가 있듯이 도시에도 성장, 발전, 진화가 있다... 도시는 초기 계획자의 초기 계획자의 디자인이라는 수동적인 패턴을 뛰어넘어 특정한 디자이너의 계획 없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패턴들이 보이는데, 이 같은 자생적 패턴은 도시를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보기에 충분한 증거라고 생각된다."

 "프라이버시는 다른 말로 일정 공간의 완전한 소유를 뜻한다. 우리는 완전히 소유할 수 있는 공간에서만 사생활을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유를 뜻한다... 대도시화되면서 공간의 부족으로 없어지는 사생활의 자유는 대도시의 익명성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회복된다... 대신 우리의 집은 작지만 대문 밖의 모든 공간에서 자유롭다. 유명인이 아닌 분들은 여러 도시를 소유한 부자인 것이다."

"이렇듯 주관적인 관점에서 공간의 해석이 달라진다는 관점은 건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큰 변화를 준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공간을 완전히 다른 객체의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인 해석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것이다."

"N차원의 존재는 N-1차원 이하의 존재만 완벽히 이해 가능하다. 우리가 3차원 공간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의 단기 기억력에서 나온다. 우리는 기억력을 통해서 다른 시간대의 장면 속에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머릿속의 의식은 여러 시간대에 존재할 수 있는 4차원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같은 원리에 의해서 공간을 크게 느끼게 하려면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해야 하고, 시간을 길게 느끼게 하려면 기억할 사건을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기억할 사건이 많게 하려면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건들을 느낌과 감정으로 저장하기 때문이다."

"... 중력이 있었기에 건축은 여러 가지 감동을 줄 수 있다. 이런 제약은 다른 산업디자인에서는 찾기 힘든 건축 고유의 제약이다... 에펠탑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건축물을 보면서 우리가 감동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약은 언제나 더 큰 감동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어떤 것이 되든 재료, 기술, 한계를 적절하게 적용한 것이 시대를 대표하는 전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데는 무엇보다도 절대적인 재료가 필요하다. 그 재료는 다름 아닌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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